제2514화 그녀밖에 없어
성미려는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 생각했다. 박수혁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성미려가 입을 열었다.
"수혁씨, 우리가 사귄 사실을 이렇게 부정하는 이유가 설마, 마음속에 아직도 소은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박수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한석은 불안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성미려는 회사 일에서 기삿거리를 사적인 감정으로 전환했다. 기자들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박수혁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한석은 박수혁이 한 말에 얼굴을 살짝 굳히더니 이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박수혁이 한 말은 다름 아닌 ‘당연하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수혁의 마음속엔 소은정이 있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에 좋은 말은 아니었다. 이한석만 박수혁의 곁에 남유주가 있고, 박수혁이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박수혁은 아직도 자기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 박수혁이 한 대답을 남유주가 듣게 되었더라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생각을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성미려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박수혁의 눈빛은 차갑고 어두웠다. 이한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마지막 질문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됐습니다."
박수혁은 마음 한편이 계속 불안했다. 코를 문지르던 박수혁의 얼굴에 피로감이 쌓여 있었다. 그도 자기가 왜 그 질문에 대답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스스로 자기에게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스스로 소은정에게 마음을 굳히라고 일깨워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는 소은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흔들렸고, 이 사실은 그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남유주라는 이름은 그의 귓가에 자주 들렸다. 그의 마음속에 남유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졌고 그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소은정을 대체할 사람이 생긴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변화를 모른척했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처럼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이끌리듯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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