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7화 모르는 사람
박수혁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는 한 번도 자존심을 굽혀가며 여자를 잡지 않았다.
더군다나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고, 아무도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남유주에게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설득할 확신이 없었기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박수혁은 조각상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아래층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무래도 남유주를 태운 차가 출발하는 모양이다. 남유주의 말이라면 고용인들은 잘 따랐다.
입술을 깨문 박수혁의 눈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남유주가 와인바에 도착하자 안에는 낮에 손님이 없었고, 와인바로 들어서자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
위층으로 올라간 남유주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아래층으로 버렸다. 사실, 그녀는 박수혁이 한 말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나간 날들이 떠올라 기분이 불쾌해진 것이다. 다시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가슴속의 답답함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녀는 결국 돌아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박수혁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가 초래한 불쾌한 기억이 아니었다. 마음이 뒤숭숭했던 그녀는 혼자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녀의 곁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어느새 중학교 입구에 다다랐고 그녀는 안에서 들리는 활기찬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여리고 맑은 청춘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순간, 옛 추억이 떠올랐던 그녀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그녀를 키워줬고 학교에서 있을 법한 그 흔한 싸움은 그녀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할아버지는 그녀를 각별히 보호했다. 학교 안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울타리에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산들바람이 그녀의 얼굴로 불었고 서늘한 기온이 그녀를 감쌌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좋아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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