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1화 한유라와의 작별
영감은 당황한 것처럼 오랫동안 중얼거렸다.
평생 동안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딸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죄를 받았다.
형사가 그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영감은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서 파란만장한 삶을 겪은 김현숙을 바라보는데 온통 후회와 자책의 눈빛으로 가득하다.
“미안해, 평생 그 아이를 만나지도 인정하지도 않겠다고, 당신 삶에 끼어들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결국 오늘 이 지경까지 되다니, 미안해.”
그녀를 바라보는 영감의 눈빛에는 절제된 감정이 짙게 배어 있지만 감히 조금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김현숙의 눈에서 혐오와 불쾌함이 느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반응이 없다.
눈을 감고 그는 형사를 따라갔다.
심강열은 그곳에 서서 한유라를 그윽이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싸늘하고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심호흡을 하던 김현숙이 겨우 입을 열었다.
“강열아, 돌아가, 넌 좋은 아이니까 유라가 널 꼭 기억할 거야. 앞으로 꼭 잘 살아.”
그녀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등을 돌리는데 소은영과 김하늘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떠나갔다.
가랑비 속에 서 있는 심강열을 보고 있는 소은영은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그때 스튜어디스한테서 가져온 물건이 생각나서 그녀가 앞으로 다가갔다.
“이건 유라가 귀국하면서 비행기에서 남긴 것인데 스튜어디스가 이걸 버리지 않았대요. 보관하세요.”
심강열은 멍한 안색으로 손을 내밀어 물건을 받아갔다.
소은정은 마지막으로 한유라를 한 번 더 보고 나서 발길을 돌렸다.
그들은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심강열의 무거운 흐느낌 소리를 들었다.
그 가시지 않은 슬픔이 가랑비와 함께 뼈속까지 스며들었다.
(한유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들이 한유라의 죽음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그들은 한유라가 죽지 않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한유라가 소은정에게 보낸 택배는 세관에 거의 한 달 동안 묶여있었다. 그 택배를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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