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6화 민하준, 이곳에 잠들다
민하준은 뚫어지게 그녀를 응시했다.
“한유라, 너 아닌 거 알아. 너랑 상관없는 거 아니까 기다려.”
다시 찾아갈게, 기다려!
사다리는 그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걸 잡는 순간 총탄이 날아올 것이다.
그가 사다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등 뒤에 손을 감추고 있던 한유라가 팔을 뻗었다.
“민하준, 내가 말했지? 넌 내 손에 죽을 거라고!”
민하준은 경직된 자세로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공기마저 냉각된 기분.
방시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유라를 쏘아보았다.
“형님, 빨리 가세요!”
겨우 지탱하고 있던 민하준의 마음이 순식간에 부서지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그 말, 한 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홧김에 그냥 뱉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짜증이 날 때면 유사한 말을 많이 했다.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눈에는 그녀만 보였다.
그는 입가에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유라, 넌 쏘지 못해.”
그는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없었다.
어느 정도는 그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요 며칠 함께 지내면서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우는 것을 확인했다. 더 이상 그와의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의 상처를 바라본 것도 확인했다.
그들도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탕!
찢어질 듯한 총성이 적막을 깨뜨렸다.
민하준의 마음도 같이 부서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닥에 쓰러지는 방시혁을 바라보았다.
방시혁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한유라였다.
민하준을 향해 쏘았지만 방시혁이 대신 맞았다.
정말 방아쇠를 당길 줄이야!
방시혁은 민하준의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형님, 빨리 가세요!”
민하준은 음산한 표정으로 한유라를 쏘아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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