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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돈벌이

계약 해지에 관한 건 좀 더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 윤시라의 제안에 손호영은 예상밖의 모습을 보여주었지. 멍청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지. 애초에 저런 사람이 왜 와이프를 때린 걸까? 내가 모르는 다른 면을 숨기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밀려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던 손호영이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뭐가요?” “사실 아까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 윤시라 씨와 아는 사이입니다.” 아, 그거 말하는 거였어? “그럼 왜 거짓말을 한 건데요?” “제가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된 데는 윤시라 씨 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른다 거짓말을 했지만 와이너리 뒤에 있는 소은정을 본 순간 그의 얄팍한 거짓말이 전부 들통났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기속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소은정은 숄을 더 꼭 껴입었다. “네, 알겠어요.” 소은정의 차가 파티장 앞에 멈춰서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손호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윤시라 씨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계약 해지하실 때 조금만 봐주십시오.” 대기업의 법률팀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손호영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그에게 위약금을 안겨주게 되겠지. “계약 해지요?”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CF 모델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지금 제 상황에서는 돈 한 푼이 아쉬워서요...” 저녁 내내 무표정이던 손호형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휴... 그래도 나름 각광받던 스타인데. CF 하나에 연연할 정도까지 된 건가? 소은정의 놀란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손호영이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내려놓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소은정도 알고 있기에 조금 더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성실하게 대답했으니까 기회를 한 번 더 주도록 하죠. 내일 아침 회사로 와요. 계약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눠보죠.” 그 순간, 손호영이 놀란 토끼눈을 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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