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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결혼은 하지 마

박수혁은 소은정의 옆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저 아름다운 얼굴이 이제 그의 것이 아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시무시한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질 수 없다면... 망쳐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한편, 화풀이를 끝낸 듯한 한유라가 그녀를 향해 손을 젓고 소은정은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던 그때 민하준이 어두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유라야, 결혼했다는 거 말고 너한테 숨긴 거 없어. 사실 오늘 오후에 법원으로 가기로 약속까지 했었어. 그러니까 기...” “기다려줘”라는 말을 내뱉기도 전에 한유라가 코웃음을 쳤다. “두 사람 아주 천생연분이던데 왜 이혼을 해? 난 그냥 길 가다 똥 밟았다 생각하려고.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 그땐 정말 죽여버릴 거니까.” 지금까지 가벼운 연애를 이어가던 한유라에게 민하준은 처음 그녀의 마음속에 한 발 내디딘 남자였다. 이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유부남이라니... 내가 아무리 철이 없어도 이건 아니야. 민하준, 당신 진짜 나한테 선 넘은 거야. 마지막까지 악담을 퍼부은 한유라가 소은정을 끌고 사라지고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한석이 바로 박수혁 옆으로 다가갔다. 이렇게 된 이상 계약은 무리겠어. 돌아가는 길, 여전히 씩씩대는 한유라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아직도 화가 덜 풀렸어?” “내가 지금 화 안 나게 생겼어?” “박수혁이 계약은 무기한 연장이라고 말했어. 네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이번 계약은 물 건너 가는 거겠지. 그리고 박수혁이라면... 아마 민하준을 두 번 다시 상대하지 않을 거야.” 그제야 표정이 살짝 풀린 한유라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박수혁 말이야. 그렇게 큰 계약도 아닌데 왜 직접 온 걸까?” 소름 끼치는 인연에 한유라가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쩔 수 없지 뭐. 이 바닥에서 일하려면 어차피 오며 가며 마주치게 돼있잖아. 함께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고. 익숙해져야지 뭐. 뭐 민하준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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