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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반골기질

출국했던 이민혜와 박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주주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민혜는 박대한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쪼르르 달려왔다. “아버님, 저 너무 억울해요. 수혁이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보셨죠? 쟤 눈에는 회사는 물론이고 가족도 없어요. 소은정 그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 빠져서는 눈에 뵈는 게 없다니까요? 제 배 아파 낳은 아이지만 이렇게는 못 살겠어요!” 박수혁의 생모인 이민혜까지 박수혁을 질타하니 주주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천하의 박수혁이라도 고비를 넘지 못할 것 같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 동안 당한 게 많아서일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박예리와 달리 이번 기회에 아들의 기를 눌러버리리라 마음 먹은 이민혜는 눈물바람으로 다른 주주들을 향해 말했다. “저희 남편에게도 태한그룹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 남편을 대표해 이 자리에서 저희의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저희는 회장님의 결정을 따르겠어요!” 쿠궁! 이민혜의 말과 함께 회의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확실해진 것 같네.” “천하의 박수혁이 정말 이렇게 쫓겨나는 건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민혜의 등장과 함께 박씨 가문에서 박수혁의 편을 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주주들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도로 불리한 듯한 상황임에도 박수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미소를 바라보는 주주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지만. 박수혁이 손을 들자 이한석이 바로 파일 하나를 건넸다. 파일을 받은 박수혁은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책상 위로 휙 던져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넥타이를 살짝 푼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들 잘 보세요. 이건 제 아버지가 직접 사인한 지분 양도 계약서입니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아버지의 지분을 행사하겠다는 거죠?” 순간 이민혜의 표정이 변하고 커다란 눈으로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글씨들 중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건 남편인 박봉원의 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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