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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누가 괴롭혔니

비록 그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눈치빠른 소은정이 한유라의 짝사랑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저 한유라가 먼저 말하지 않으니 모르는 척 해줄뿐. 그 동안 소은호도 한유라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소은정의 친구였기 때문, 김하늘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많은 여자들의 유혹에도 돌부처처럼 차갑기만 한 오빠의 모습에 평생 결혼도 안 하고 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 그런 소은호에게도 예외는 있는 것 같았다. 그 상대가 한유라가 아니라 한시연이라는 게 슬펐지만. 주먹을 꽉 쥐고 있던 한유라는 결국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고 말았다. 살짝 떨리는 어깨만 봐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걸. 얼마나 슬프면 소리 하나 못 내고 이렇게 서럽게 울까... 소은정의 입장에서야 분명 한유라를 응원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소은호의 감정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지금 소은정이 할 수 있는 건 한유라의 옆에 역시 쭈그리고 앉아 말없이 함께해 주는 것뿐이었다. 서럽게 우는 한유라의 모습을 보니 소은정의 눈시울도 따라서 시큰해지기 시작했다. 사랑이 게임이라면 먼저 사랑에 빠지고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기 마련, 저런 절망감을 소은정도 느껴본 적이 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3년 전, 사랑을 위해 가족과 의절까지 하며 용기를 냈었지만 결국 그녀를 기다리는 건 끝없는 비굴과 수모뿐이었으니까.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아니, 비굴하게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었지만 상대는 그런 그녀를 봐주지 않았다. 아니지. 어쩌면 보고 싶지 않았을지도. 이때, 누군가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시야갸 어두워졌다.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든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누가 울린 거야?” 완벽한 이목구비, 매력적인 목소리... 박수혁이었다. 왜 하필, 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이 가장 약해져있을 때 나타나는 걸까?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왜 이 남자한테는 항상 들키게 되는 걸까? 한편, 빨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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