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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사약

왜 저러나 싶어 박수혁의 행동을 관찰하던 그때 박수혁이 보온병을 들고 다가왔다. 제비집 수프를 컵에 따르는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의 긴 손가락 덕분에 왠지 아름다운 안무처럼 느껴졌다. “먹어 봐.” 예전과 먼가 달라진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콕 집어 어디가 달라졌는지는 말하기 힘들어 더 답답했다. “오 집사님이 하신 거야?” 긴 속눈썹을 늘여트린 채 제비집 수프를 바라보던 박수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하지만 입맛이 없었던 소은정은 수프는 손도 대지 않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친구 삭제한 거 말고 다른 할 말 있어?” 대놓고 이만 꺼지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소은정의 태도에 박수혁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 “거성 프로젝트 추진을 더 가속화할 생각이야. 독일 기술팀을 스카우트했거든. 다음 달 쯤에 도착할 거니까 일정표부터 다시 짜자.” 그제야 소은정은 박수혁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콧대높은 독일 기술팀을? 웬만한 연봉으로는 꿈쩍도 안 하는 사람들인데. 소은정이 몰래 감탄을 하던 그때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전동하 그 자식더러 얼른 미국으로 꺼지라고 해.” 온갖 인맥을 동원해 기술팀을 더 스카우트한 이유는 단 한 가지,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전동하와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서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소은정도 다시 흔들리지 않겠지. “전동하 대표가 미국을 돌아가든 말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한숨을 푹 내쉰 소은정의 대답에 박수혁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녀를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은 용암보다 더 뜨거웠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잖아? 전동하 대표를 차버리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줄게.” 순간 소은정이 고개를 들었다. 오호, 세게 나오는데? 박수혁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소은정은 속으로 혀를 찼다. 오직 박수혁만 할 수 있는 보장이겠지. 어제 밤새 오한진이 준 소설을 읽으며 박수혁이 깨달은 건 한 가지! 이딴 방법은 소은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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