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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찰나의 순간

게다가 소은정의 우아하고 냉정한 태도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대화 내용만 따지고 보면 너무나 일상적이었지만 그 고고한 말투와 표정은 마치 죄를 사하는 성녀의 모습까지도 연상케 했다. 한편, 강서진은 영상이 유출된 사실을 알고 방방 뛰다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친구들을 차단하는 치졸함까지 보여주었다. 이게 무슨 망신이래! 대지를 찬란하게 비추던 해가 넘어가고 그 뒤를 장식하던 붉은 노을까지 사라지고 은은한 달빛과 눈부신 네온사인이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웠다. 태한그룹. 혹시나 소은정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SNS를 뒤적거리던 박수혁은 이태성이 업로드한 “강서진 비굴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클릭했다. 클릭과 동시에 “이미 삭제된 영상입니다”라는 글귀가 뜨긴 했지만 여기서 포기할 박수혁이 아니었다. 바로 이태성에게 DM을 보낸 박수혁은 끝끝내 영상을 입수하고 말았다. “서진이가 절대 유출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줬다고 말하지 마라?”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어 영상을 클릭한 박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10초 정도 되는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던 박수혁은 이상하리만치 비굴한 강서진의 모습에 질문했다. “서진이가 뭐 잘못했어?” “몰라.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받은 거라. 아 물론 지금은 다들 삭제했어.” 이태성과의 대화에서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한 박수혁은 바로 강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은정이한테 뭐 실수했어?” 단도직입적인 박수혁의 질문에 강서진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누가 저딴 영상을 찍은 거야! 잡히기만 해봐 아주! “형은 어떻게 안 거래?” “무슨 일인데?” 박수혁이 대답 대신 되물었다. 하긴, 박수혁이 물으면 다들 대답해 줄 수밖에 없겠다 싶어 강서진이 직접 설명했다. “오늘 그 예능 프로그램 종방 파티인데... 추하나랑 박우혁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혀서는... 박우혁이 소은정 씨를 좋아했다는 말을 실수로 해버렸거든...” 강서진의 말에 박수혁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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