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넌 이제 내 거야
은찬 오빠가 스위스에서 상을 받고 찍은 사진이었다. 17살에 논문을 발표하고 바로 세계 일류 물리학자 대열에 이름을 올린 그녀의 오빠는 수많은 나라에서 욕심내는 천재였다. 수려한 이목구비에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빠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
“은찬님을 알아요?”
신나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달려왔다.
“제 롤모델이요. 언젠가 은찬님을 직접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예요!”
오버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신나리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하트를 발사할 것만 같았다.
그런 신나리의 모습에 소은정은 침묵했다. 잘생긴 외모, 천재적인 재능,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오빠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여자와 대화하는 걸 극도로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아빠도 소은찬이 평생 외롭게 혼자 사는 게 아닐까 가끔씩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런 사정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신나리는 그녀의 팔을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요? 웬만한 연예인 저리 가라라니까요. 저 옷 속의 몸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낙없이 사랑에 빠진 신나리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범해요...”
어렸을 때, 웃통을 벗은 채 돌아다니는 오빠들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던 소은정이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워낙 운동도 안 하는 책벌레다 보니 큰 오빠와 셋째 오빠와 비교하면 조금 밀리는 건 사실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신나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아니, 그전에 어떻게 은찬님을 아는 거죠?”
소은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망설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신나리라면 무뚝뚝한 은찬 오빠의 마음을 열 수 있지도 않을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이 사람 연락처를 아는데. 드릴까요?”
신나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말요?”
소은정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소은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시차로 아직 일어나기 전인지 소은찬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모습이었다.
평소 흠모하던 롤 모델의 흐트러진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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