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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비참한 운명

밝은 햇살이 홍하얀의 추잡한 마음을 비추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홍하얀은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화단 앞을 지켰다. 어떻게 하면 소은정을 밀어내고 박수혁을 유혹할 수 있을까 며칠내내 그녀가 수도 없이 생각했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은정이 그녀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도 미리 예측해 보았었다. 화를 낼까? 아니면 때리기라도 할까? 하지만 소은정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그녀를 내쳐버렸다. 그녀 같은 사람은 만나줄 가치 조차 없다는 듯말이다. 애초에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거야... SC그룹에 날 들인 것도... 박수혁에게 다가가게 내버려둔 것도... 전부 그래서였어... 이때 그녀가 그렇게도 만나길 바랐던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디가드와 비서들, 그리고 각 부서들의 담당자들이 그녀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다.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아부와 존경, 그리고 조금의 두려움까지 담겨있었다. 저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기분, 주인공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홍하얀은 평생 경험조차 하지 못한 일이라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한낱 사생아에서 신분을 인정받아 본가로 들어가긴 했지만 그녀의 뼛속깊이 새겨진 비굴함과 이기심은 당당한 소은정 옆에서 너무나 비루하게 비춰질 뿐이었다. 어떻게든 소은정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리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홍하얀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리 애원해도 소은정은 그녀를 다시 받아주지 않을 테고 결국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어 더 비참해질 뿐이겠지. 한참을 망설이던 홍하얀은 뭔가 결심한 듯 자리를 떴다. 태한그룹. 이한석은 박수혁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요즘 표정도 안 좋으신데다 부하 직원들에게까지 더 가차없어진 걸 보면 연애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게 분명했다. 각 부서 담당자들이 잔뜩 풀이 죽은 채 하나둘씩 박태한의 사무실을 나서고 이한석이 들어갔다. “대표님, SC그룹에서 오늘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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