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화 내 꺼 마셔
홍하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탕비실로 갔다.
그녀의 인상 속에서 홍경영이야말로 부잣집 아가씨의 대표였다. 그녀는 가족의 사업을 위해 부잣집 아가씨들 사이를 마음대로 드나들며 아버지인 홍해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심지어 홍경영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홍해일은 홍하얀을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결혼하지 않은 딸을 이용해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홍하얀은 영원히 그 비좁고 어두운 낡은 아파트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홍하얀이 커피를 든 채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찰나, 마침 임춘식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박수혁을 마주했다. 여유로운 모습을 한 박수혁의 시선이 소은정에게 닿은 찰나,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매번 자신을 바라볼 때의 증오와 냉랭함과는 달라 그 눈빛 속에 빠져들고 싶게 만들었다.
세 사람은 일반인은 닿을 수도 없는 하나의 먼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 고개를 든 박수혁은 홍하얀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홍하얀은 일부러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조용하게 걸어가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커피 드세요.”
홍하얀의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시선을 돌려 입을 떼기도 전에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박수혁이 말을 하며 임춘식을 바라봤다. 이곳은 박수혁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억울하게 어깨를 으쓱거린 임춘식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이 분이 바로 SC그룹에서 보내온 새로운 조수인가 보네요, 남종석 씨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었거든요. 맞죠?”
임춘식이 소은정에게 물었다.
침묵을 지키던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홍하얀을 바라봤다.
“새로운 직장에 발을 들였으니 잘 적응해 봐요, 자기 신분 때문에 회사일에 영향 주지 말고.”
소은정의 말을 들은 홍하얀은 순식간에 긴장했다. 소은정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침착하고 여유롭고 심지어 조금은 오만하기까지 했다.
간단한 말 한마디는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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