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화 화 났어?
”게다가 어제저녁에는 대표님 약 챙겨주는 것도 까먹은 거 있죠? 그러곤 아침에 2회분 약을 챙겨주는데...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대표님한테 복수하려고 다시 돌아온 것 같은데요? 사모님, 저 여자가 다시 돌아오면 분명 집안이 시끄러워질 거예요...”
......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던 박수혁의 표정은 의아함에서 언짢음으로 바뀌었다.
휠체어를 잡은 박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머니가 통화하는 상대가 바로 그의 어머니 이민혜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편, 계단에 앉은 채 이 대화를 엿듣고 있는 소은정의 모습은 마치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의 가십을 듣고 있는 듯 담담, 아니 흥미로워 보였다.
그 덤덤함이 오히려 비수처럼 박수혁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까지 부려가며 그녀를 이 집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집에서 있었던 불행했던 과거를 다시 행복한 기억으로 덮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결혼 생활 중에도 아주머니는 이 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가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이 집에서 어머니가 꽂은 스파이와 함께 지내는 소은정의 기분은 어땠을까?
지난 3년간... 어떻게 살아왔을지 눈앞에 선했지만 그 상상만으로 끔찍해 박수혁은 고개를 힘껏 저었다.
어젯밤... 다시 서재로 돌아온 소은정의 눈동자에 담긴 혐오가 덤덤함으로 덤덤함에서 다시 차가움으로 바뀐 것도 이것 때문일까?
한동안 소은정의 흉을 보던 아주머니는 15분은 족히 더 떠들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계단을 다시 올라가려던 소은정은 잔뜩 굳은 박수혁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 험담도 아니고 왜 저런대?
그러든지 말든지 다시 2층으로 올라가려던 그때, 박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은정아, 화나지 않아? 화난다고 한 마디만 말해 줘. 그럼 내가... 복수해 줄 테니까.”
차라리 화라도 내면 3년 동안의 불쾌함을 모두 쏟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소은정은 화를 내기는커녕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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