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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나랑 결혼해야 해

그녀의 말에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베푸는 호의에 의심부터 앞서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마주한 소은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날 못 알아보는 거구나. 당신이 방금 전에 구한 사람이 나인데. 우리 벌써 세 번이나 마주쳤는데... 그 눈빛에 오기가 생겨서일까? 소은정은 박수혁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나랑 결혼해요.” ...... 다시 지금. 소은정은 정신줄을 잡으려 애쓰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두운 바닷물을 바라본 순간 또다시 트라우마가 떠오르며 숨이 막혀왔다. 그날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과 그들이 내뱉던 조롱, 그녀를 구한 박수혁,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시작된 3년간의 악몽... 창백해진 얼굴의 소은정은 요트에 엎드려 한참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원한빈이 물속으로 뛰어든지도 7분이 넘어가는데 여전히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정말 다급해진 소은정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보트와의 거리도 수백미터,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을까? 소은정이 바닷가의 보트를 향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5분이 넘게 목이 다 쉴 정도로 소리쳤지만 보트 안에는 사람도 하나 없는지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힘없이 털썩 주저앉은 소은정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정말 죽은 걸까? 휴대폰도 없고... 아니, 휴대폰이 있다고 해도 먹통일 거야. 아니지. 요트에 긴급 구조 요청 용도로 사용되는 경보기 정도는 있지 않을까? 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은 입술을 꾹 깨물고 일어서 경보기 앞으로 다가갔다.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푸흡 소리와 함께 물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잠수복 차림의 원한빈이 커다란 상자를 끌고 요트에 한 손을 걸쳤다. 소은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달려가 바로 원한빈을 돕기 시작했다. 겨우 요트에 올라온 원한빈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산소호흡기를 벗었다. “누나, 두 사람이 들어야 하는 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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