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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9화 사생아

긴 통로를 빠져나오니 사람들 틈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심강열이 보였다. 그는 전보다 살이 많이 빠졌는지 옷도 평소보다 많이 헐렁해 보였다. 한유라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리웠던 감정과 서러웠던 감정이 뒤엉켜 당장이라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생 같이 할 사람. 한유라가 웃으며 사람들 쪽으로 다가가려는데 누군가가 그의 팔을 툭 쳤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녀는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상대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한유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방시혁….” 방시혁은 식지를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더니 음침한 표정을 짓고 그녀를 반대방향으로 끌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심강열도 그녀를 발견했는지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한유라는 방시혁의 손길을 뿌리치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우악스러운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한유라, 사람들 많은데서 남편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어!” 그는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그녀를 협박했다. 한유라는 당황한 얼굴로 방시혁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외투 안쪽에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병원에서 몰래 도망친 모양이었다. 방시혁은 짜증스럽게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압박했다. 평소에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주방장의 모습은 더는 없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 한유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여기 공항이야!” 형사들도 근처에 있었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였다. 방시혁은 그녀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서 바닥에 패대기치며 말했다. “한유라, 널 죽일 생각이었어.” 그가 이를 갈며 말했다. “방시혁, 나한테 총 맞아서 복수하러 온 거야?” 방시혁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거 민하준 향해 쏜 거야. 너랑 아무 상관없다고!” 한유라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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