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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사라진 반지

박수혁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하였다. “그렇게 하지.”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겠지만 그녀가 보상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상 까다롭더라도 무조건 승낙할 수밖에 없다. 조건을 승낙한 박수혁은 조금이나마 홀가분한 감을 느꼈다. 그녀가 박수혁의 도움을 받은 이상 그 둘의 관계의 가능성이 생긴 것 아닐까? 소은정은 그가 승낙했다는 것에 놀라거나 기뻐하지 않고 의연해 보였고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뒤쪽으로 걸어갔다. “사람을 불러 태한그룹과 이 일에 대해 알아보라고 할 테니 당분간은 비밀로 해줘.” 박수혁도 당분간은 비밀로 할 예정이었다. 프로젝트 초기라 많은 변수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소은정의 태도를 보아하니 박수혁은 이만 물러가라는 뜻일 것이다. 박수혁은 둘 사이의 감정에 드디어 풀릴 조짐이 보였는데 서로가 기분이 안 좋아지게 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잠시 생각하던 박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먼저…” 나갈 인사를 하던 그의 눈길이 그녀의 뒤에 있는 성인 크기만 한 청동나무 조각에 향하였다. 순간 박수혁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새파랗게 질렸다. 그가 기억한 것이 맞는다면 저 청동 나무는 스위스의 유명한 조각가가 디자인한 것이고 유럽과 동양풍을 결합한 세계에서 하나뿐인 인테리어 조각이었다. 가격도 물론 매우 고가의 제품으로 알고 있으나 박수혁이 놀란 포인트는 창문 쪽으로 곧게 뻗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반짝이는 물체에 있었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것은 다이아몬드였다. 그것은 바로 박수혁이 잃어버린 결혼반지였다. 박수혁의 얼굴의 근육이 굳어지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고 괴로워했던 물건이 여기에 걸려 있다니… 그가 아직도 사무실에서 멍해 있는 것을 본 소은정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박 대표… 할 얘기 끝났으면…” 박수혁의 안색을 확인한 소은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수혁이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소은정의 앞에 다가섰고 입술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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