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0화 그의 여자
한유라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돈세탁, 도박, 유흥업소… 요즘 민하준이 하는 일들이 이런 일이란 말인가?
그녀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몸의 혈액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잔인하고 거침이 없었던 거구나.
심지어 그녀의 집에 침입해서 사람을 때려 중상을 입히고 납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법의 경계를 벗어난 인간들이었구나.
한유라는 더 당황하고 겁이 났다.
그가 겁이 없는 존재라면 무슨 수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까?
미연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마음 편하게 가져요. 민 사장님 말만 잘 들으면 좀 편해질 거예요. 우리 같은 여자들은 순종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한유라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연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너… 민하준이랑 무슨 관계야?”
한유라는 그제야 미연이 민하준을 바라볼 때 눈빛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단순히 도움을 한번 줬다고 전도 유망한 대학생이 진로를 포기하고 민하준을 따를 것 같지는 않았다.
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했다.
미연은 쑥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한유라 씨와 민 사장님의 관계랑 비슷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한유라 씨한테 악감정은 없어요. 그분 옆에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 저는 만족하거든요.”
“예전에는 이곳에 정말 많은 여자가 살았어요. 한유라 씨가 오면서 민 사장님은 여자들을 전부 쫓아냈죠. 그리고 이제 우리만 남게 되었으니 제가 유라 씨를 잘 돌볼게요.”
한유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음식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냥 순진해서 민하준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던 미연이 그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
한유라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대범한 여자를 비난해야 할지, 아니면 악랄한 민하준에게 저주를 퍼부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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