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3화 학대당한 흔적
며칠 뒤, 소은정은 간만에 소지혁을 학교에 데려다주었고 그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는지 궁금한 소은정이 학교 가는 게 재밌냐고 물을 때마다 소지혁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재미없으면 안 가도 돼요?”
안 된다는 소은정의 단호한 거절에 소지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으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학교생활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소은정은 소지혁의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감개무량한 듯이 말했다.
“네가 영원히 이렇게 어리고 귀여우면 얼마나 좋을까?”
소은정의 말에 소지혁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모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넌 진짜 우리 오빠 친 아들이 맞구나!”
“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음이 터졌다. 이때, 소은정의 뒤쪽을 쳐다보던 소지혁의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힘껏 팔을 흔들었다.
“시준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려오던 박시준은 소지혁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다가 소은정을 보자마자 살짝 들떠 있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저번 생일 파티 때, 새봄이가 하마터면 사고나 날 뻔한 뒤로부터 박시준은 계속 자책에 빠져 있었기에 이렇게 소은정을 다시 보게 되자 그는 기분이 들뜨면서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와 반대로 전에 있었던 일을 진작에 까먹은 소은정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는 박시준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준이는 오늘 개학인데 기분이 좋아 보이네?”
소은정에게 전혀 원망의 뜻이 보이지 않자 박시준은 그제야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시간을 확인하던 그녀는 소지혁에게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
“씩씩아, 무슨 일 생기면 고모한테 전화해. 나 먼저 간다.”
“안녕히 가세요, 고모.”
소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고 곁에 있던 박시준도 환하게 웃으며 펜과 종이를 꺼내 뭔가를 빠르게 적고 있었지만 갑자기 바람이 분 탓에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 날아가 버렸다.
박시준이 다급하게 종이를 쫓아가다가 지나가던 학생과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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