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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모르는 척하지 마

말을 마친 윤재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냥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 만나보니 겁도 없고 당돌한 여자였다. 게다가 순진해 보이면서 사악한 면도 있고 똑똑해서 더 사랑스러웠다. 이런 여자를 박수혁은 왜 포기했을까? 윤재수는 나라면 침대에 묶어서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용히 경호원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 소은정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다. 마치 너희 같은 인간들이랑 나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형님, 저 여자 조심하셔야겠어요!” 윤재수는 그런 부하직원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을 거야. 전동하가 날 물 먹이려 했으면 저 여자를 내세우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지. 굉장한 애처가잖아. 저 여자가 독사와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라는 것도 아마 모르고 있을걸!” “그런데 저 여자 말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해요?” 윤재수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 “이 주소로 가서 조사해 봐. 안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면 알 거 아니야?” 경호원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윤재수가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어. 저 여자랑 하룻밤 자고 증거를 전동하한테 보냈을 때 그 표정이 궁금하군!” 사실 소은정의 제안을 수락한 건 그녀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윤재수는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루즈 한 척을 준비해. 박수혁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리고 해외에 있는 그 수재라는 녀석을 빨리 국내로 불러서 박수혁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만들어. 박수혁 그 자식을 믿을 수 있어야 말이지.” “네, 알겠습니다.” 한편, 도로변에 나가 차에 오른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수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호텔 안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던 최성문도 소은정이 무사히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놈이 믿던가요?” “반반이겠죠.” “그럼 어떻게 하죠?” 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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