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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8화 듣고 싶지 않아.

욕실에서는 여전히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심강열의 말투는 어느때보다 진지했으나 한유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유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이런 일쯤은 쉽게 넘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싶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평소에도 한유라는 목욕하러 들어가면 마시지며 피부 관리며 두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가끔 심강열과 함께 목욕하곤 했다. 한유라의 달콤한 유혹을 참기 힘들었기에 심강열도 가끔 협조했었다. 그녀 때문에 여러 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생겼는데 그때마다 그녀를 혼내기도 했다. 그는 그랬던 그녀가 지금 문을 걸어 잠그고 그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며 머리가 새하얘졌다. 오날따라 유독 길게만 느껴지는 두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가가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려고 한다. 목욕을 한 탓인지 그녀의 얼굴은 발그레했고 취기도 거의 가신듯했다. 그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아직 안 잤어?” 심강열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평소처럼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려 했다. 한유라는 거절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킨 케어를 하기 시작했다. 심강열은 잠깐 느껴지는 그 어색한 기류를 캐치해냈다. 그녀가 아직도 그 일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그를 멀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유라야, 오늘 화 많이 난 거 알아. 은진이가 회사에 출근하는 거 알고 있었지?” 한유라는 그의 말에도 고개를 숙인 채 에센스를 바르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 가볍게 얼굴을 두드렸다. 그녀는 머리를 들지도 않고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은진이가 누군데?” 심강열은 흠칫 놀라서 거울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고 긴장감에 입술을 오므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심강열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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