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2화 사랑하지 않아
한유라는 사과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졌다.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에 회의감이 느껴졌다.
심강열이 아직도 이 여자를 숨기려고 하다니!
회사의 모든 직원이 알아도 나한테만 숨기려고 했어…
미리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바보처럼 새로 입사한 동료와 함께 웃으면서 지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비참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의 모든 비밀에 대해 심강열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비밀은 한 번도 한유라에게 얘기했던 적이 없었다.
일 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한유라는 이 사람과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오늘 그의 태도를 보니 더 이상 결혼생활은 그저 마지못해하는 생활이 될 것이다.
한유라와 심강열 두 사람 사이에 문을 두고 큰 벽이 생겨버렸다.
한유라는 심강열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은진은 본처라도 되는 것처럼 심강열에게 물었다.
“ 오해? 그럼 나는 어떡해? 어머니가 주신 돈 나 한 푼도 안 쓰고 있었어. 전부 돌려줄 테니 나한테 다시 와줘.”
심강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은진은 더욱더 소리 내며 울었다.
“정말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당신한테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일이야. 어떻게 그 정도의 시간도 못 기다려 줘?”
얼마 지난 후 심강열은 굳게 닫았던 그의 입을 열었다.
“미안해.”
심강열은 유은진에게 한 유감의 표시였지만 문밖에 있는 한유라의 귀에는 결혼을 후회하는 것처럼 들렸다.
후회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미안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결혼은 정당한 것이다. 왜 다른 사람에게 미안해야 하는 거지?
처음으로 한유라는 무력함을 느꼈다.
한유라는 손에 힘을 풀며 이 현실을 직시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영혼이 털린 사람처럼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원래는 두 연놈에게 뺨이라도 갈기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정작 자기 귀로 들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과는 모두 좋은 결과가 없었다.
한 남자에게 사기도 당했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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