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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5화 그만해

한유라는 민하준을 만날 때 자신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매일 걱정하고 집착하는 자신이 싫었던 것 같다. 오늘이 오기 전까지 심강열과의 관계가 너무 편하고 좋아서 계속 이대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여자가 나타나면서 그녀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심강열은 그녀의 과거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만 그녀는 그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 물론 그녀는 그들의 과거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어떻게 사귀고 어떻게 데이트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는 저도 모르게 자꾸 이상한 추측을 해댔다. 심강열이 그녀에게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않았을지. 사랑을 나눌 때 그 여자에게 더 뜨겁지 않았을지 하는 쓸데없는 상상. 한유라는 자신이 심강열을 꽉 잡고 있다고 믿었고 그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그냥 여자를 대하는 그의 습관이 아니었을까? ‘내가 바람둥이였던 것처럼 심강열도 바람둥이가 아니었을까?’ 의심의 씨앗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자라났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한유라는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꿈에서 다른 여자를 안고 그녀를 향해 웃고 있는 심강열을 만났다. 그녀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러 가까이 다가가자 심강열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너무 집착이 많아. 그냥 이혼하자. 난 이 여자랑 함께할 거야!” 그 순간 그녀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렸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쳐 들어왔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했다. 정신이 조금 들자 잡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생긴 위기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법적인 부부였고 두 사람이 서로를 원하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 두 가문의 이익이 합쳐진 운명의 공동체였다. 한유라는 기지개를 켜며 미소를 지었다. 심강열과 단둘이 보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 남자에게 빠진 걸까? 그녀가 잠옷을 입은 채로 방 문을 열고 나오자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거실로 나와 보니 식탁에는 그녀가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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