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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봤지?

소은정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날 무렵. “사랑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저 멀리서 낯선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화려한 옷차림, 우아한 몸짓, 그리고 입가에 걸린 친절하지만 가식적인 미소. 가까이에서 보니 어딘가 눈에 익었다. 전에 영화에서 봤던가? 은사랑은 여자를 발견하고 바로 팔짱을 꼈다. “누군지 알지? 함진그룹 장녀 함세연이야.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던 대배우시기도 하지.” 아, 한때 반짝 인기를 끌긴 했지만 곧 연기력 논란으로 묻힌 함세연... 하지만 소은정의 구미를 당기는 건 배우 경력이 아니었다. 함진그룹? 순간,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소은정 씨, 안녕하세요?” 함세연이 친절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만 까닥할 뿐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기분도 별로고 함진그룹 딸이라는 말에 형식적인 예의를 차릴 생각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배우시라고요?” 소은정은 함세연을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악수를 거절당한 함세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애기를 이어나갔다. “은정 씨, 사랑이가 아직 어리고 외국에서 오래 지내서 국내 상황은 잘 몰라요. 부족한 게 많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은사랑을 꾸짖었다. “너도 그래. 함진그룹 딸이라고 굳이 밝히지 말라고 했지. 집안 배경에 커리어가 묻히는 거 싫다고.” 함세연의 말에 은사랑은 존경 어린 눈빛으로 눈을 반짝였지만 소은정을 다시 노려보았다. “언니야 뭐. 집안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걸 이뤄내셨으니까 당당하시겠죠. 집에 돈 깨나 있다고 남자나 꼬시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하, 돈 깨나 있다고? SC그룹을 그렇게 묘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함세연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난 재벌집 딸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건 맞죠.”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꼭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는 족속들이 있다. 소은정의 말에 함세연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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