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3화 의미있는 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초췌한 모습에 소은정은 왠지 기분이 착잡해졌다.
군수 밀수기업 회장의 딸로 태어난 안진, 아마 자라는 내내 피가 튀기는 전쟁 같은 삶을 지내왔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차갑고 타인을 해침에 있어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녹인 사람이 더 차가운 박수혁이라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진을 바라본 소은정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
최성문 역시 잡고 있던 남자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
다른 경호원들에게 SUV에 타라고 분부한 최성문이 자연스레 소은정의 차에 몸을 실었다.
별 소란없이 끝나긴 했지만 소은정이 안전하게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였다.
소은정의 차는 코너를 돌아 순식간에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말해 주듯 돌아가는 거리에는 차 한 대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한참 뒤에야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
“안진 쪽에 사람 좀 붙여주세요. 정말 떠난 게 맞는지 확인해야겠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최성문이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안진이 떠남으로서 모두를 들썩이게 만든 납치사건이 무사히 막을 내린 듯했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어딘가 찝찝했다.
‘왜... 왜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걸까?’
그리고 동시에 씁쓸한 미소와 함께 배를 어루만지던 안진의 행동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니야. 괜한 생각하지 마. 그냥 앞으로 안진이 정말 나한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건지... 그걸 확인하는 게 중요한 거야.’
잠시 후, 오피스텔에 도착한 소은정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문이 열린 순간, 전동하의 환한 미소가 그녀를 맞이했다.
“은정 씨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어떻게 지금 와요? 텔레파시가 통했나?”
동시에 전동하가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렸다.
그 아늑한 품에 안긴 소은정은 익숙한 상쾌한 향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셨다.
곧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던 전동하의 손길이 에로틱하게 변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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