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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나랑 결혼해

박수혁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주먹을 잡은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잔뜩 섰다. "나 말했어, 그 여자한테서 떨어지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안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소은정을 따라 웃었다. 그 자연스럽지 못한 웃음은 오히려 더 섬뜩했다. 박수혁은 안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기를 내뿜었다. "당신 아버지 내 손에 있어, 지금 수혁 씨가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니야?" 안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수혁이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지만 반대편에서는 없는 번호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봉원은 해외의 모든 회사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는 어색하게 박수혁을 마주하기도 싫었고 만날 때마다 원망만 늘어놓는 이민혜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름 괜찮은 생활을 이어왔다. 주변에는 늘 여자까지 있었기에 박대한도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큰 사고만 치지 않고 마음대로 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봉원이 떠나야만 박수혁의 자리가 더 안정적이었다. 태한그룹은 한 사람의 말만 따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박대한은 평범한 아들 대신 박수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수혁을 본 안나가 웃으며 휴대폰 속에서 동영상 하나를 찾아 그의 앞에 내려놓고 재생했다. 동영상속의 박봉원은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진 채 두려운 얼굴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저, 저를 죽이지 마세요!" 몇 십초의 동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박수혁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정이 없었지만 누구나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타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안나는 휴대폰을 거두고 담담하게 웃었다. "나 당신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야, 그럴 리도 없고. 당신도 알잖아, 내 능력에 당신 아버지 같은 인간 잡아들이는 거 식은 죽 먹기라는 거." 안나의 말이 맞았다, 박봉원은 박수혁처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도, 경각심도 없었다. 그동안 다른 이에게 납치를 당하지 않았던 건 모두 태한그룹 덕분이기도 했고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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