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돈
박수혁은 방금 전 차가운 가로등 불빛 아래, 외롭게 멀어져 가던 소은정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순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심장이 욱신거렸다. 아마 그녀에게 진 마음의 빚을 영원히 갚을 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박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과? 말이 쉽지. 사과하는 순간, 우리가 그동안 소은정에게 했던 짓이 전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꼴이야. 회사와 우리 가문의 명예는 어떻게 할 셈이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박예리도 거들었다.
“그러니까. 굳이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소찬식 딸이면 또 뭐? 우리보다 더 고귀한 존재라도 돼? 결혼도 이혼도 다 그 계집애가 알아서 결정한 거잖아. 왜 그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는데!”
사과를 한다면 친구들 모임에서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질 게 분명했고 자존심 강한 그녀가 그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죽어도 사과만은 할 수 없었다.
여동생의 궤변에 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 보았고 겁을 먹은 박예리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박수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죽어도 체면은 버리지 못하겠다 이거지?
“그래요. 공개 사과가 싫으시다면 직접 은정이 집에 가서 사과하시죠.”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민혜가 바로 반박했다.
비굴하게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소은정에게 직접 사과까지 하라니!
“그만해!”
박대한은 일그러진 얼굴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는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손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게냐?”
“없습니다.”
박수혁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이야말로 그와 가족들이 소은정에게 빚진 사과를 돌려줄 때니까.
박대한은 두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알아서 해!”
지금으로선 박수혁의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박예리의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에 박수혁은 차가운 얼굴로 경고를 날렸다.
“박예리, 할아버지가 왜 담뱃대를 잃게 되셨는지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또 소란 일으키면 카드고 뭐고 전부 다 끊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알바를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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