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3화 선 긋기
”그게...”
잔뜩 당황한 얼굴의 윤시라가 입을 열었지만 소은정은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 따위 주지 않았다.
“아니면 새로운 빽이 생겼다 이건가?”
시선을 전기섭에게 돌린 소은정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잔뜩 겁 먹은 윤시라를 힐끗 바라보던 전기섭이 바로 손을 저었다.
“아, 그건 오해예요. 윤시라 씨와는 오늘 비즈니스차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전기섭의 단호한 선 긋기에 윤시라는 정말 말 그대로 바닥으로 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 흥미롭다는 눈길로 소은정을 훑어보던 전기섭이 말했다.
“뭐,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어요. 소은정 씨. 동하한테 질리면 언제든지 연락줘요. 식사든 데이트든 다 가능하니까.”
전기섭의 저속한 농담에 소은정이 얼굴에 실린 미소를 지웠다.
‘으, 천박해...’
“글쎄요. 번호표 뽑고 대기하셔도 전 대표님 차례가 올 것 같긴 않네요.”
소은정의 차가운 거절에 어깨를 으쓱한 전기섭이 복도를 지나 룸 쪽으로 향했다.
혼자 어색하게 남겨진 윤시라가 소은정 앞에 앉아있는 손호영을 노려보았다.
‘내 덕분에 SC그룹 CF까지 찍게 됐으면서 이제 와서 모르는 척 하는 것 좀 봐. 뻔뻔하게...’
가는 곳마다 눈칫밥만 얻어먹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진 윤시라는 소은정에게 아부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편, 소은정은 윤시라의 존재는 깔끔하게 무시한 뒤 고개를 돌렸다.
“주문하죠. 누구 때문에 입맛 다 버렸으니까 그냥 대충 시켜요.”
고개를 끄덕인 손호영이 직원을 부르고 우두커니 서 있던 윤시라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입맛을 버려?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몰래 소은정을 노려본 윤시라 역시 홱 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의 머리가 순간 번뜩이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휴대폰을 들었다.
‘신지연... 윤시라가 자기 아빠와 만나는 게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지. 그때 몰래 찍은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고.’
연락처에서 신지연의 이름을 찾은 그녀가 문자를 보냈다.
“지연 씨,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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