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3화 자고 가요
누군가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준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심장을 움켜쥐는 듯했다.
너무 쉽게 얻은 이해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항상 지옥처럼 차가웠던 마음 속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순간, 온몸에 힘이 스르륵 풀리고 전동하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
소은정을 살짝 껴안았던 전동하가 곧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게... 은정 씨가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구토가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은 안 가면 안 돼요?”
순간 소은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고 가라고?
어제 방금 키스했는데 오늘... 자고 가라고?
진도가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거야?
방금 전 전동하가 고통스럽게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무조건 개수작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전동하를 홱 밀어낸 소은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찍 자요. 위장약 꼭 챙겨먹고요.”
전동하를 흘겨봐 준 소은정이 집을 나섰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그게 할 소리야?
내가 나갈 때도 헤실헤실 웃기만 하고...
하지만 계단을 내려오던 소은정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그 사람... 내가 곁에 있으면 나까지 더 슬퍼질 테니까 일부러 날 화나게 만든 건가? 그런 장난을 친다면 내가 바로 갈 거라고 생각해서?
젠장...
그녀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한 그 남자, 마지막까지 바보처럼 그녀 생각만을 해주는 그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다음 날 오전 SC그룹.
어제 소은정이 SNS에 업로드한 영상은 퍼지고 퍼져 벌써 천한그룹을 배척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재벌 2세들 사이의 모임에 끼고 싶었던 윤시라도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며칠 전 알게 된 사람들도 모두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했으니까.
이른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소은정의 시야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의 천한강이 보였다.
며칠 사이에 많이 늙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화장기 없는 초췌한 낯빛의 윤시라가 서 있었다. 항상 요염한 분위기를 내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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