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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뭐, 그럭저럭 괜찮아." 도유리는 겸손한 척했지만 얼굴에는 오만감이 가득했다. "여기는 내 남자 친구 전충재. 운주그룹 영업부 차장이야. 연봉이 무려 1억 5천." 그녀는 특별히 상대의 연봉을 강조했고 전충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녀는 정가현의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을 기다리며 허영심을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정가현의 표정은 담담하니 아무 반응도 없었다. 도유리는 급 불쾌해졌다. 어릴 적부터 고고한 척하더니 여전하네? 내가 반드시 네 그 가식적인 가면을 벗겨버린다! "근데 너 이혼했다며? " 도유리는 정가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오피스룩에 웃음이 터졌다. "너 혹시 여기 딜러야?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 정가현은 마치 바보를 보는 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나 여기 차 사러 왔어. " 그러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딜러와 함께 차를 고르러 갔다. 굳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과 정력을 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여전한 그녀의 도도함에 도유리는 화가 솟구쳤다. 며칠 전 그녀는 보육원에 갔다가 정가현이 맨몸으로 위자료도 없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차 사러 왔다고? "어떤 차를 살 수 있을지 궁금하네? " 도유리는 정가현의 뒷모습을 향해 중얼거리더니 전충재에게 시선을 돌려 애교를 부렸다. "오빠, 우리도 들어가 보자. 오빠가 유리한테 주는 선물인데 유리가 직접 고르고 싶어." 50대 중반의 전충재는 아직도 정가현의 미모와 몸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음흉한 상상을 하고 있다가 도유리의 재촉에 곧 안으로 들어갔다. 정가현은 결국 폭스바겐 서민 차 구역에서 차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물질에 대한 추구와 욕망이 그다지 없는 편이고 심플하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했다. 대충 하나 골라 사려는 그때 도유리가 뒤에서 빈정거렸다. "헐, 뭐야? 너 고작 폭스바겐 마이턴이나 사려고? 이혼하고 나니 살기 힘들어? " 도유리는 팔짱을 낀 채 정가현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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