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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엄지손가락 길이의 주삿바늘이 2mm만 더 다가오면 바로 그녀의 목을 찌를 수 있었다. “어, 언제 발견했죠?” 그녀의 반응 속도에 소연은 내숭은 버려둔 채 악독한 표정을 짓더니 두 손으로 주사를 잡고 그녀의 목으로 눌렀다. 한 손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한 정가현은 갑자기 핸드 브레이크를 당겼다. 차는 갑자기 멈춰 섰지만 관성으로 인해 그대로 뒤집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변 잔디밭으로 굴러 들어갔다. 다행히 운전석에는 에어백이 있어 그녀는 이마만 살짝 다친 채 이내 차에서 기어 나왔다. 껍데기가 거의 일그러진 산타라의 모습에 정가현은 혀를 끌끌 차며 아쉬워했다. 새 차가 벌써 희생했네. 뒷좌석의 소연이 아직도 나오지 않자 그녀는 차 문을 열어 피를 흘리며 기절한 소연을 끄집어 내리더니 잔디밭에 눕혔다. 한동안 인중을 눌렀더니 그제야 소연은 의식을 찾았다. 자기를 구한 사람이 정가현이라는 사실에 소연은 믿을 수 없었다. “왜 구했어요? 난 당신 해치려고 했는데, 그러면 날 죽였어야죠.” 정가현은 대답 대신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가 지시했어?” 소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가현은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맞춰볼까? 모지영? 아니면 박세율?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 같이 지시했어?” 모지영은 비록 혼자서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지만 그녀의 실력으로 살수를 고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 일은 아마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소연은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을 죽이려다 오히려 꼬투리를 잡혔으니, 그냥 나 죽여요.” “죽이라고?” 정가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재미없지.” 소연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가현을 바라봤다. 저녁의 외곽은 매우 어두웠고 가로등도 이따금 하나씩 겨우 보였다. 정가현의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의 별을 머금은 듯 밝게 빛났다. “주삿바늘에 든 거 수면제지? 날 기절시키고 데려가서 괴롭히려고 한 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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