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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고은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가현 대체 뭐지? 망했다. 방금까지 끝장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젠 어떡하지? 어떻게 탁성화와 아는 사이지? 이력서를 확인하니 분명 시설에서 나온 평범한 사람인데? 고은숙은 이 일이 간단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정가현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존경으로 바뀌었고 탁성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정가현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귀엽고 발랄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누나는 어쩜 더 예뻐졌대? 예쁜 여자는 나한테 화내면 안 돼. 그러다 못생겨져!” 정가현은 가느다란 손끝으로 탁성화의 이마를 힘껏 밀더니 귓가에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겁을 주었다. “그딴 거 나한테 안 먹혀. 앞으로 촬영 똑바로 해. 한 번만 더 난동 부리면 어르신한테 네 활약에 대해 상세하게 일러바칠 거야.” “그러지 마! 영감탱이가 알게 되면 나 뼈도 못 추려!” 탁성화는 벌써 몸이 쑤셔오는 것 같아 무고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 “걱정하지 마, 누나. 나 누나 말 잘 듣잖아.” 정가현은 씩 웃더니 입을 열었다. “청소부 아주머니한테 가서 당장 사과해.” “뭐?” 탁성화는 안색이 확 변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TG그룹 도련님인 나더러 청소부 아줌마한테 사과하라니? 내 체면은...... 어떡하라고......” 정가현은 미소를 거두고 정색해서 말했다. “시대가 언젠데 귀천을 따져? 물건은 네가 부쉈는데 뒤처리는 다른 사람이 해야 하잖아! 게다가 아주머니가 아까 분명 너 타일렀지? 그런데 넌 오히려 더 폭주했어. 그러니 책임져야겠지?” 탁성화는 완전히 기가 죽었다. 이 난장판을 열심히 치우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탁성화는 확실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쭈뼜쭈뼛 다가가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보상도 해주었다. 청소부 아주머니는 감격에 겨워 태도도 아주 좋았다. 정가현은 매니저에게 망가진 소품 가격을 정리해 제작진에게 배상하도록 분부했다. 이날 오후, 정가현이 촬영장을 지키자 탁성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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