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장

변서준은 순간 멍해졌다. 아마도 그녀가 이렇게 칼같이 거절할 줄은 예상 못한 듯했다. "그 몇 년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다시 말해 어르신께서 나를 본가로 데려간 그 순간부터 너무나 어두운 시기였어." 정가현이 말했다. "어르신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기는 했지만, 나를 믿어주진 않으셨어. 이민주가 나에게 보석 훔쳤다고 누명 씌웠을 때, 변문동까지 옆에서 가세했고 어르신은 말씀 한 마디 없으셨어. 비록 이 일로 인해 어른신을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나에게 본가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라고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 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웠고 뼛속까지 한기가 파고드는 것 같았다. 변서준은 그녀가 자신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당황한 그는 황급히 사과했다.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정가현은 그에게 화풀이할 생각은 없었다. "당신은 그때 변성에서 잔업하느라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기념하기 위한 이 한 끼를 난 먹을 필요 없어." 말하면서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을 보고, 유시일에게 변서준을 잘 돌보라고 지시하고,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변서준은 눈치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가현아, 박천일이 오늘 밤에 당신에게 프러포즈 하려는 거, 알고 있어?" 정가현은 별로 놀라지도 않았지만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 어떻게 알았어?" 변서준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지난번에 박천일이 변성에 당신 만나러 왔을 때, 내가 그 사람 만났어. 그때 나에게 알려준 거야. 그 사람은 마음이 너무 약해. 좋은 친구일 수는 있어도 절대 좋은 남편은 못 돼. 그 사람과 함께 하면, 분명 당신 마음 상하게 할 거야!" 이런 면에서, 정가현도 같은 생각이었다. 박천일이 자상하고 부드러운 건 한 사람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