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뭐야, 오늘이 어르신 팔순이었어?”
“너무하네. 노인네 살면 얼마나 산다고 팔순 잔치는 거하게 해드려야지.”
강태환은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다.
“난 지금 약혼식을 망친 책임을 묻고 있는 거다. 말 돌리지 말거라! 할머니 생신은 안 그래도 조금 있다가 말할 참이었어!”
“좋아요. 그러면 그 얘기를 해보죠. 어떻게 이제 막 온 간병인 말만 듣고 딸을 그렇게 몰아갈 수 있어요? 여기 CCTV 있죠? 저는 들어와서부터 밥 먹으러 나올 때까지 할머니하고 룸에만 있었어요. 이런 7성급 호텔에 CCTV가 없진 않겠죠?”
여름이 한 마디 던졌다.
“제가 영상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면 오늘 말로만 사과하는 게 아니라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어요.”
“네가 사람을 시켜서 했을 수도 있지.”
이정희가 참지 못하고 뱉었다.
"이모님은 제가 영상실로 가는 걸 봤다면서요. 그러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여름이 반격했다.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양유진이 씩 웃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 보안실에 가봅시다.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이정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여경이 힘없이 말했다.
“우리가 정말 여름이를 오해한 걸 수도 있잖아요. 조사를 하더라도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다들 배고프실 텐데.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강여경 말 한마디면 그냥 이렇게 넘어가야 해?”
여름이 차갑게 웃었다.
“아까 다들 나에게 한 마디씩 할 때, 내 감정이 어떨지는 생각해 본 사람 있어?
“그만해. 이따가 조사해 보자고 얘기 끝나지 않았어? 뭘 더 어쩌자는 거야?”
한선우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선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른들이 다 나서서 일일이 사과라도 해야겠어?”
“그 입 다물어. 오빠의 그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갔던 게 내가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날 동생처럼 생각한 거니? 내가 증거도 없고 끽소리 못할 줄 알았나 본데, 톡에 남은 그 수많은 기록은 어쩔 거야?”
그러더니 여름은 이미 준비되어 있던 음성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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