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장
말 하는 중에 커다란 손이 여름의 입을 막았다.
최하준의 손에서 마른 소나무 향기가 시원하게 났다. 그윽하니 좋았다.
하지만 너무 뜨거웠다, 으아!
“그만.”
안경 렌즈 뒤, 남자의 눈 밑으로 빛이 반짝였다.
여름은 얼굴이 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최하준이 손을 치우자 그제야 죽을 책상에 놓고는 말했다.
“오래 일하길래 배고플 것 같아서요.”
다진 쪽파가 송송 뿌려진 죽이 최하준의 식욕을 당겼다.
“강여름 씨, 날 찌워서 잡아먹을 계획입니까?”
“아뇨, 몸매는 지금 딱 좋은데요.”
여름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하지만 쪄도 난 상관없어요. 쭌 좋다는 여자가 없어지면 나한테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까.”
최하준은 여름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입가에 싫은 티 역력한 웃음을 지었다.
“됐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입원하는 여자는 못 데리고 삽니다.”
“뭐 상관없어요. 내가 곧 돈 벌어서 부양할 테니.”
여름이 큰소리를 쳤다.
“내가 눈감기 전에 그런 날이 오려나….”
최하준은 숟가락을 들어 죽을 저었다.
완전히 무시당한 여름은 찝찝한 기분으로 서재를 나왔다.
‘날 무시했어? 두고 봐, 증명해 보일 테니.’
******
새벽 1시.
여름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온통 땀에 젖어 있었다.
얼른 등을 켰다. 등불의 따뜻한 기운에 차츰 마음이 안정됐다.
또 그 어두컴컴한 폐가에 갇히는 꿈을 꿨다. 오싹한 소리가 들려오는 밤이었다.
여름은 두려움에 몸을 웅크렸다. 도저히 혼자 잠이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가 초조하게 안방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한밤중에 깬 최하준의 목소리에는 심한 짜증이 베여있었다.
“나예요.”
안에선 한참 적막이 흘렀다. 여름이 거의 포기하려고 할 때쯤 방문이 휙 열렸다.
머리에 까치집이 진 최하준이 문에 서 있었다.
“날 설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겁니다.”
여름은 눈을 깜빡이며 잘못 채워진 최하준의 잠옷 단추를 보고 있었다. 급하게 입고 나왔음이 분명했다.
“무서워서….”
힘없이 눈을 드는 여름의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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