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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윤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바로 엄지를 치켜올렸다. “대박, 완전 찬성! 외삼촌이란 사람 일단 외모가 일품이야. 선우 오빠보다 낫다! 게다가 돈이며 명예도 절대 그 집에 밀리지 않고. 그리고 너 조건 좋은 사람 만나야 해. 이제 너희 집에서 네 위치도 점점 강여경보다 떨어질 텐데. 그런 점에서 선우 오빠 외삼촌이라면 합격!” 윤서의 말이 너무 직설적이기는 해도 사실이었다. 강여경이 앞으로 한주그룹의 지원까지 받게 되면 여름의 지위는 점점 더 위태로워질 판이었다. “좋아, 지금 바로 나에게 반하게 해주지!” 여름은 윤서의 백을 휙 잡아채더니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을 꺼냈다. 청순했던 얼굴에서 곧 화사한 미모가 뿜어져 나왔다. 윤서가 눈을 깜빡거렸다. “저기, 진짜로 할 수 있겠어?” “흥, 그래 봐야 지가 남자지 뭐!” 여름은 긴 머리를 쓸어올렸다. 반쯤 담긴 와인잔을 들고 술김에 기세좋게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미모가 또렷이 보였다. 곧게 뻗은 눈썹에, 날렵한 콧날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저기요, 지금 몇 시쯤 됐나요?” 여름은 손가락으로 상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상대가 살짝 취한 눈을 떴다. 희미한 조명 아래 어쩐지 싸한 기운이 스쳐가는 듯했다. 잠시 뇌 정지가 왔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째 우리 잘 통할 것 같네요?” 최하준의 눈썹이 움찔하더니 냉랭한 말이 돌아왔다. “난 의사가 아닙니다. 치료 못 합니다.” “네?” “정신병 말입니다.” “⋯.” 여름은 후다닥 손거울을 꺼내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안 예쁜가? 이만하면 예쁜데, 왜!’ 남자의 마음이란 알 수가 없었다. 하긴 남자의 마음을 잘 읽었다면 한선우에게 배신을 당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내가 병이 있긴 하네요. 그런데 정신병이 아니고 상사병이에요.” 여름은 곧 진정하고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쪽 때문인 것 같아요.” 하준의 곧게 뻗은 눈썹이 살짝 위로 들렸다. 여름이 급히 덧붙였다. “뭐 그런 말 있잖아요,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머리에서 종이 울린다고.’ 제가 지금 바로 그래요.” “됐습니다. 가보시죠.” 그쪽은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이래 봬도 어딜 가도 빠지는 것 하나 없는 여자였는데 이런 취급을 받다니 여름은 충격을 받았다. 홱 돌아서서 가려다가 한선우의 외숙모가 되는 장면을 상상해 보고는 다시 용기를 냈다. “저기요, 톡 추가할래요?”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데도 남자는 기품이 흘렀다. “전화번호 알려줄래요?” “이름이 뭐예요?” “눈 감고 있는 모습도 멋지네요.” “⋯.” 여름이 계속해서 옆에서 떠들어 대니 최하준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하준이 눈을 뜨더니 짜증스럽게 말했다.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그쪽이랑 결혼하고 싶은데요.” 강여름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 최하준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여름은 헤실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면 왜 이러고 떠들고 있겠어요? 알고 보면 저도 괜찮은 여자예요. 스물셋, 해외 명문인 N 대학 졸업, 음식도 잘하고 남편도 아껴줄 수 있고요. 돈 벌지, 신체 건강하지, 나쁜 습관도 없고, 바람도 안 피운답니다.” 최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마를 문지르는데 표정이 약간 미묘했다. 여름이 갑자기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맹세하건데 지금부터 한 사람만을 따르며 시키는 건 뭐든지⋯.” “됐습니다.” 하준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여름이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는 근육질에 키가 190cm는 되는 듯했다. “진짜 결혼할 생각이 있으면 내일 오전 10시까지 구청으로 나오시죠.” 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여름을 내려다 봤다. 여름은 멍해져서는 더듬거렸다. “뭐라고요? 거짓말이죠?” “와보면 알겠죠.” 하준은 곧 시선을 거두고 휙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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