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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좋아요. 여름 씨. 파이팅! 오후에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 빨리 일이 끝나겠군요. 입사할 때 능력이 입증되면 정직원으로 올려준다고 한 거 기억하지요? 그러니까 열심히 영업해서 프로젝트 따 와요. 아무리 실력 있는 디자이너라도 프로젝트 못 따오면 무능한 겁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름이 천천히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최하준이 슬쩍 그녀를 쳐다보았다. 차 안이 조용해서 핸드폰을 통해 염 대표의 목소리가 밖으로 다 들렸다.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게 어떻습니까?” “어디나 똑같아요. 뭐든 처음은 다 힘들죠.” 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 최하준은 핸들을 두드리며 침묵했다. 창문 밖으로 특이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보였다. “저기는 뭐 하는 곳입니까?” 하준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동성과학문화거점센터요.” 갑자기 생각이 떠오른 듯 여름이 말을 이었다. “완공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TH에서 건축 설계를 따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회사에 밀렸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인테리어라도 따내려고 했는데, 이젠 생각할 필요도 없네요.” “왜요?” “공개 입찰이거든요. 우리 회사 같은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죠.” 여름이 아쉬운 듯 말했다. “입찰 자격이 있어도 그 회사가 프로젝트를 따내기는 어렵겠지.” “무슨 소릴! 국제디자인건축대상에서 내가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요. 그때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죠. 그걸 다 물리치고 TH로 돌아왔어요. 그 땐 내가 가업을 물려받을 줄 알았거든요.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동성 시에서 디자인으로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을 걸요?” 여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최하준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뻔뻔한 데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군.' “좋습니다. 입찰할 기회를 만들어 드리죠.” 순간 그녀가 몸을 꼿꼿이 세웠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다만 프로젝트를 따내는 건 강여름 씨 몫입니다. 실력이 진짜인지 허풍인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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