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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화

그러나 하준은 달랐다. 병원에서도 여름은 샤워를 했지만 오늘 맡은 향기는 낯설면서도 좋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름을 바라보는 순간 마구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여울이 먼저 후다닥 뛰어갔다. “목욕했어요?” 여울이 여름의 다리에 매달렸다. “웅.” 여름이 꿇어앉으며 조립이 끝난 스포츠카를 보더니 웃었다. “지난번에 할머니가 하늘이에게 사주셨다는 게 이거니? 다 맞췄나 보네? 정말 대단하다.” 하늘은 민망해서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하준이 입술을 비죽거렸다. 여울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하늘이가 한 게 아니에요. 하늘이는 일주일째 못 맞췄는걸. 쭌이 한 번 보고 다 맞췄어요. 진짜 대단해.” 하준은 거만한 공작새 마냥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어쩐지 여름이 와서 뽀뽀를 해주며 칭찬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름이 깜짝 놀라서 하준을 쳐다보았다. 며칠 사이에 하준의 지능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했었다. 바보라기보다는 어린애의 지능 상태라고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 스포츠카 레고는 매우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것이었다. 하늘이는 지능도 매우 높고 어려서부터 레고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은 18세용 레고를 사달라고 조르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하준이 단수에 맞춰버리다니. ‘이게 무슨 뜻이지? 최하준의 지능이 결코 낮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 “오, 쭌 정말 대단하구나.” 여름이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준은 기분이 좋아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면 상 줘?” “그러지, 뭐.” 여름이 웃었다. “뭐가 받고 싶은데?” “뽀뽀해 줘.” 조금도 망설임 없이 하준이 말했다. “푸흡!” 여울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하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에도 하준과 여름이 뽀뽀하는 것을 몰래 본 적이 있었다. 하준의 뽀뽀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뽀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을 다 알았다. 여름은 얼굴이 빨개졌다. ‘둘만 있을 때면 몰라도 애들이 있는데….’ 할 수 없이 대답했다. “그래. 다들 사이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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