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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화

다들 집으로 우르르 들어가다가 누군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아보니 하준이 아까 그 자리에 서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다들 날 버리고 갔어’라며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름과 식구들은 심장이 저릿했다. 아이를 버리는 죄를 지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엄마인 최란은 특히나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부드럽게 불렀다. “쭌, 얼른 와. 케익 만들어 주라고 할게.” 하준은 여름을 원망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나 화났어. 아무도 난 신경 쓰지 않고.” “…그런 게 아니야. 당연히 따라오는 줄 알았지.” 당황한 여름이 되돌아가서 하준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늘이랑 여울이를 데려가느라고.” 하준이 하늘과 여울을 노려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있는데 왜 쟤네만 챙겨!” 하늘이 인상을 찡그렸다. 여울은 폭발했다. “너무해! 우리 엄마거든. 엄마를 뺏어갈 셈이야?” 하준은 당황했다. 하준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알았다. 입을 씰룩거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난 엄마가 없어! 엄마가…” 여름은 완전히 황당했다. 여울도 당황했다. 뭔가 아주 나쁜 짓을 한 기분이었다. 할 수 없이 최란이 나섰다. “쭌, 울지 마라. 내가 네 엄마야. 이분이 네 아빠란다.” “그래. 내가 아빠야.” 한병후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재계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들이라고 하지만 직접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둘 다 이렇게 유치한 하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준은 두 사람을 한 번, 여름을 한 번 쳐다보더니 더 크게 울었다. “싫어! 내 엄마 아빠는 왜 늙었어?” 최란과 한병후는 하준의 말에 타격이 컸다. 사실 두 사람은 나이는 쉰이 넘었어도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끽해야 40대로 보일 외모였다. 최란이 중얼거렸다. “우린 안 늙었어. 너도 나이가 꽤 많은 걸.” 한병후도 찬성한다는 듯 끄덕였다. 의사가 아들에게 충격을 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자기 더러 늙었다고 하는 데는 참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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