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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화

강여경이 뒤로는 검은 양복을 입은 외국인 중년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월스트리트 분위기가 났다. “강여경, 제정신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함부로 들어와?” 여름이 하준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여경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호기롭게 나타나자 여름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준의 생각도 여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훨씬 침착했다. 하준의 시선은 빠르게 강여경 뒤의 외국인 남자의 얼굴을 훑었다. 어쩐지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기억력이 워낙 좋은 하준은 바로 그 사람을 알아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모양이군.” 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최 회장이 날 알아본 모양이군.” 중년 남자가 씩 웃었다. “그래도 정식으로 인사하지. 줄 그레이슨이라고 합니다.” 강여경은 하준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잘 들어. 내가 소개하지. 이분은 최고의 M & A 전문가인 줄 그레이슨이야. 줄 그룹의 도움으로 내가 FTT 주식의 50%를 매수했거든.” 여름은 머리가 웅 울렸다. 금융 관련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듣고 나니 망연자실해졌다. “말도 안 돼. FTT 주주가 왜 너에게 주식을 양도해?” 그리고 그렇게 큰일을 어떻게 하준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을 할 수 있겠는가? “적대적 M & A니까.” 하준이 여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음속 노기를 누르기라도 하는 듯 그 손은 매우 무거웠다. 여름이 돌아보니 하준이 얼굴은 여전히 냉정했지만, 두 눈에서는 무한한 냉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여름은 하준이 너무 안쓰러웠다. FTT는 하준의 피와 땀이었다. 하준의 모든 것이었다. 힘겹게 세무조사를 뚫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FTT의 반이 강여경의 손에 넘어가다니…. “남이야 어떻게 손에 넣었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고. 어쨌든 이제 난 FTT에 대해서 반은 권리가 있어. 그러니까 난 이 사무실에 들어올 권리도 있고 심지어….” 강여경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이 사무실을 내가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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