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5화
“……”
여름은 하준을 잠시 노려보다가 결국은 따라 올라가고 말았다.
하준은 여울을 안방 침대에 뉘였다.
“당신은 옆 방에서 자. 난 안 자고 여울이 살펴보고 있을게.”
“됐어. 내가 여기 있을게. 애 또 열나면 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잖아.”
여름이 하준을 흘겨보았다.
“체온계 주고, 당신이 옆 방에 가서 자.”
“…그래.”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갔다.
하준의 침실이라 여름은 그 침대에 눕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양유진에게 톡을 보냈다.
-회사에서 새벽까지 일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집에 못 가겠네요. 미안해요.
톡을 보내고 여름은 죄책감에 볼이 확확 달아올랐다.
남편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평온하게 잠든 여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앉아 있다 보니 점점 피로가 몰려와 소파에 기댄 채로 잠이 들고 말았다.
막 잠이 들려는 참에 살그머니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은 깼지만 눈은 바로 뜨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지금 깨어버리면 하준과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하준이 뭘 하러 들어왔는지도 몰라서였다.
걸음소리는 여름의 앞에서 멈추었다. 하준은 팔로 여름을 안아 올렸다.
여름은 눈을 번쩍 뜨고 경계의 눈을 치켜 뜨고 하준을 노려보았다.
“무슨 짓이야? 내려놓지 못해?”
“침대로 옮겨주려고. 늦었는데 편히 자.”
하준의 깊은 눈이 여름의 하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됐거든. 그리고… 당신 침대에 누울 수는 없어.”
여름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 침대서 얼마나 자 놓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여름 앞에서는 자꾸 야릇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름은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언짢은 듯 바로 뱉었다.
“그건 옛날얘기고, 지금은 유부녀거든.”
“그래서? 결혼하고 첫날 밤부터 내 침대에서 보냈잖아?”
희미한 달빛을 통해서도 여름의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심장이 찌릿한 나머지 하준의 입에서 그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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