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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화

최하준을 놓치고 나서 바로 내년에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집안의 송영식을 잡았으니 부러움을 살만도 했다. “송영식이 그렇게 목을 멘다 싶었더니 예쁘긴 예쁘네.” “누가 아니래. 드레스 입은 걸 보니 몸매도 아주 모델이네.” “……” 소곤소곤 들려오는 부러움의 말을 듣자니 백지안은 저도 모르게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최하준이 없으면 어때?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존재라고.’ 시아도 은근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지안이 하준에게 차였을 때 슬쩍 무시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쟤는 진짜 보통이 아니네. 하긴 그러니 강여름을 그렇게 바짝 누를 수 있었겠지?’ 이주혁만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백지안이 들어올 때 아주 찰나이긴 했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의기양양한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십수 년 동안 하준이를 사랑했고, 실연을 당했을 때는 자살소동을 벌일 정도였는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영식이랑 이렇게 좋아진다고?’ 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진짜 지안이를 잘 모르는지도 몰라. 지금의 지안이는 예전의 지안이가 아닌 거야. 그런데…” 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눈을 하고 벙실벙실 웃고 있는 송영식을 보니 그저 한숨이 나왔다. ‘뭐, 영식이만 좋으면 된 건가. 마침내 소원을 이뤘잖아.’ “지안아…” 송영식은 벌떡 일어나 가서 백지안의 손을 잡았다. “아유, 이러지 마. 사람들 보잖아. 난 너무 부끄러워서.” 백지안이 민망한 듯했다. 특히나 이주혁과 눈이 마주치자 더욱 그런 눈치였다. “주혁이도 왔었구나….” 백지안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것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하준이는 안 불렀어.” 송영식이 백지안의 마음을 읽은 듯 얼른 답했다. “그러면 되나….” 백지안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네 친구잖아. 주혁이는 부르면서 준은 안 부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하준이가 너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도 넌 우리를 위해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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