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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게다가 한선우는 여름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미쳤어요? 쟤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순진하지가….” “사업을 한 경력도 사람 보는 안목도 내가 너보다는 낫지. 내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양유진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한선우의 말을 끊었다. “게다가 소꿉친구까지도 헐뜯는 전 여친인데 남자로서 괜찮으시겠어요? 원한에 찬 한선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삼촌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요.” “나를 위해서 하는 소리인지 네 사심을 채우기 위한 마음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거다.”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띵~’하는 소리가 났다. 분노한 한선우를 그대로 남겨둔 채, 양유진은 여름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폐쇄된 공간에서 여름은 멘붕이 온 듯 멍하니 있었다. 양유진이 여름을 보더니 놀란 줄 알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사람들 많은 데서는 그렇게 용감하시더니?” 사실 양유진도 적잖이 놀랐었다. 참석했던 수많은 파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로 남을 것이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테이블에 올라갔던 모습은 사실 꽤 매력적이었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양유진의 손을 치웠다. 머리가 굳어서 돌아가지 않았다. “대표님이… 선우 오빠의 삼촌이세요?” “그렇습니다.” 양유진이 담담하게 인정했다. “저도 얼마 전에야 여름 씨가 그 댁 작은 따님인 걸 알았습니다. 선우와의 관계도 잘 알고 있었어요. 저한테 여름 씨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 애가 여름 씨를 배신한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여름 씨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별장 인테리어 설계도를 보고 얼마나 재능이 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번에 왜 먼 친척이라고 하셨어요?” “선우 삼촌이라는 이유로 저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양유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여름 씨가 좋습니다!” 여름은 심호흡을 했다. “죄송한데 하나만 여쭤볼게요. 혹시 선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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