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화
문정화의 눈에 짜증이 스쳤다. 지룡파 둘은 조용히 여름을 풀어주었다.
여름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너무 오래 눌려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하준의 다리가 움찔하더니 하마터면 후다닥 다가가서 여름을 부축할 뻔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더니 냉정한 얼굴로 합의서를 건넸다.
“사인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마. 위자료는 넉넉하게 준비해 줄게. 이혼하자고.”
여름이 비웃듯 웃음을 띠었다.
하준은 여름을 보고 있을수록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부러 더욱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나중에 질척거릴 생각이 안 들게 하려는 것뿐이야. 얼른 사인해. 나 바쁘다고.”
“그래.”
결심한 듯 여름이 펜을 들고 합의서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었다.
가만히 사인하는 여름의 손을 보고 있던 하준은 여름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수시로 여름에게 이혼해 달라고 했었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오자 해방감이 느껴지기는커녕 문득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몰려왔다.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았다가 다시 잃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자, 가져가.”
여름이 건넸다. 시선은 사뭇 평온해졌다.
“오후에는 처리될 거야.”
하준은 서류를 들고 돌아서 가버렸다.
문정화는 기세등등하게 여름을 한번 꼬아 보더니 모두를 따라 갔다.
집에 조용해지자 여름은 문에 등을 기대고 손에 든 펜을 보며 웃었다.
‘결국 이혼했구나.
이것도 괜찮지. 어쨌든 복수하러 온 거잖아. 최하준에게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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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준은 1층으로 내려오더니 이혼합의서를 상혁에게 주었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상혁은 문정화를 흘끗 보고는 자리를 떴다. 상혁은 은근히 여름에게 차라리 더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회장님과 얽히지 않아도 되시겠구나. 이미 눈이 멀어버린 우리 회장님은 더 이상 강여름 씨에게 어울리지 않지.
회장님 주변에 있는 저 불여우들은 정말이지 못 봐주겠다고.’
곧 이혼결과가 하준에게 통보되었다. 하준은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았다.
문정화가 말을 건넸다.
“회장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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