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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화

하준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정신이 들고 나서 그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당시 하준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여름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 뿐 병원 같은 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너… 아직 강여름에게 미련있는 거 아니냐?” 이주혁의 말에 하준은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돼. 내 마음속에는 지안이 뿐이라고.” “사랑한다면서 지안이는 건드리지도 못하잖아.” 이주혁이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세웠다. “하준아, 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지난번에 자동차 사고 때도 너 강여름이 도재하랑 있는 거 보고 너 질투 나서 입이 막 나오던데.” “내가 질투를 한다고?” 하준은 펄쩍 뛰었따. “아니거든! 아직 법적인 와이프가 바람날까봐 그런 거라고.” “정말 마음속에 강여름이 없는 게 확실해? 그럼 어젯밤에 걔랑 같이 있으면서 누구 생각했는데?” 이주혁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하준의 얇은 입술이 살짝 꿈틀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젯밤은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만족스러웠다. 백지안과 있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이었다. 심지어 방금 국수를 먹을 때는 별안간 키스를 할 마음까지 들지 않았던가! “정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준은 이 모순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감정의 문제에 있어서 하준은 내내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지안을 사랑하고 강여름은 증오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스스로도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하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주혁은 걱정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잘 생각해. 내가 강여름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두 여자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잖아.” 이주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영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혁아, 하준이 찾았냐? 나 지금 막 동성에 착륙했다.” 이주혁은 시계를 봤다. 이제 겨우 8시 반이었다. “야, 너 거기서 비행기로 7~8시간은 걸렸을 텐데 어제 전화 받고 그냥 바로 비행기 탄 거야?” “장난하냐? 어제 너는 전화도 안 받지. 나도 없으면 하준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어떻게 알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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