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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화

여름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치자 여름은 침대에 몸을 잔뜩 옹송그리고 누웠다. 날인 더운데도 안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여름은 곧 탈진했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누군가가 들어와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 여름은 온 힘을 모아 막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여름을 꽉 눌러 압박했다.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왔다. 뜨거운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혼미한 가운데 한참이 지났다. 여름은 자신이 미쳐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미웠다. ‘대체 어쩌다가 나는 최하준 같은 악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내가 정신이 나가긴 나갔었지. 삶의 동반자로서 최하준의 병을 함께 치료해서 최하준이 정신병원에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믿었다니. 아하하. 그 결과가 뭐야? 최하준은 정신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내가 들어와 있네. 최하준, 백지안. 내가 죽어서라도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어.’ ---- 깊은 밤. 클럽. 하준은 가죽 소파에 앉아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줄무늬 셔츠를 입고 단추를 몇 개 푸르고 앉아 있는 모습은 매우 매혹적면서도 위험스럽게 보였다. 시아와 노래를 부르던 백지안이 가만히 하준을 돌아보았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 남자는 이제 철저히 내 거야.’ 이때 쾅 하고 문이 열렸다. 이지훈이 뛰어 들어왔다. 분노에 찬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 “하준아, 어떻게 서머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멀쩡한 사람을 그런데 두면 되레 미쳐버릴 거라고!” “지훈아, 네가 몰라서 그래. 강여름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송영식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이지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지훈이 그 손을 탁 떨쳐냈다. “웃기시네. 지난번에 봤을 때만 해도 완전히 정상이었어. 강여름은 내가 잘 알아. 동성에서는 그 미친 일을 다 겪으면서도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사람이야.” “강여름을 알아? 네가 나보다 더?” 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하준아, 너도 잘 알잖아. 네가 너무 많은 걸 잊어버려서 그래.”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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