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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화

“나도 백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지난 번에 왔을 때 그 일은 크게 떠벌리지 않더라고. 백지안은 아닌 것 같아.” 백소영이 고개를 저었다. 사뭇 복잡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최하준을 뺏어가겠다는 말은 하더라. 최하준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겠다면서, 너 조심해라.” 여름은 자신의 직감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에 놀라서 움찔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최하준이나 송영식 앞에서는 전혀 그런 티를 안 내더라고.” “그 인간 원래부터 가식적이었어.” 백소영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최하준이랑 친구들은 늘 그 인간을 공주님처럼 떠받들었지.” 여름이 비참한 듯 피식 웃었다. “그건 나도 알아. 아 참, 백지안이 안 죽었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전에도 알았을까? 지금은 유명한 정신과 의사 나드쟈로 알려져 있더라고. 지금 최하준의 병을 치료하고 있어.” 백소영이 깜짝 놀랐다. “난 정말 죽은 줄 알았어. 몇 년 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친구랑 공원에 가서 놀다가 납치되어서 친구는 죽었는데 그 놈이 여자는 데려다가 다 강… 뭐 그건 다 지나간 일이고. 어쨌든 살아남았는데도 왜 식구나 최하준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공부를 해서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됐다니 대단하네.” 여름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백지안이 그렇게 실종된 거였구나.’ 백소영이 갑자기 말했다. “여름아, 영 지치면 그냥 포기하자. 넌 지금 고립무원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소영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여름은 좀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 포기라니,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준을 남의 손에 넘긴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아니 하준과 백지안이 친밀하게 지냈을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여름은 심장을 칼로 도려낸 것처럼 아팠다. ‘왜냐고? 최하준은 내 남편이니까! 내 아이의 아빠니까!’ 백소영은 여름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지었다. “아무래도 백지안에게 최하준 씨 치료를 맡기는 건 그만 두는 게 좋겠어. 심리 치료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최하준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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