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화
‘방을 따로 쓰다니, 말도 안 돼! 하루도 못 참아!’
여름은 설명해 드릴까 하다가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본가로 들어가고 싶어요. 할머니는 자식도 여럿 낳으셨고 경험도 풍부하시니까 할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럼, 그럼.”
장춘자가 마음에 든다는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번에는 여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하준의 어두운 눈빛이 여름에게로 향했다.
왜 이렇게 죽자 하고 자신을 피하면서 한사코 같이 안 자려고 하는지 여름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네가 찬성하거나 말거나.”
최대범이 명령하듯 말했다.
“우리 집안의 첫 쌍둥이니 무조건 몸조리 잘해서 순산해야 한다.”
“……”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말씀드리지 않는 건데.’
두 노인네가 떠나자 하준은 축 처져서 여름을 쳐다봤다.
“일부러 그랬지?”
“네.”
여름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받았다.
“최하준 씨는 잊어버렸나 본데, 난 내가 어쩌다가 유산할 뻔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지금 나에게는 당신 본가가 가장 안전한 곳인지도 몰라요. 최소한 당신 친구가 당신 병세 악화된 것이 내 탓이라며 날리는 경고 같은 건 안 들어도 될 거 아녜요?”
하준의 눈에 짜증이 확 지나갔다.
듣자마자 이주혁과 송영식이 또 여름을 찾아가서 한소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둘은 아무래도 내 수십 년 친구이다 보니 나에게 좋을 것이라고 한 짓이겠지.’
“미안해요….”
“미안할 것 없어요. 난 그럴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건 나도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 마음 속에는 나 말고 지다빈도 있는데 왜 당신의 병세가 나빠진 게 전부 내 탓인지 모르겠네. 심지어 그런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도 참아야 한다니까.”
여름은 그런 말을 하고 나니 더는 최하준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불현듯 이주혁이 여름을 협박하면서 자기 아버지의 치료를 들먹였던 일이 떠올라 더 울컥했다.
******
다음 날 아침.
본가에서 직접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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