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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화

‘여하간 love라고?’ 여름은 놀라서 딸국질을 했다. “왔어? 내가 새로 넣어 놓은 닉이야.” 하준이 찡긋해 보였다.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다 당신한테 배운 짓이지.” “……” 여름은 예전에 자신이 하준을 꼬드기려고 엄청 노력하던 시절 ‘하여간 love’가 생각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하염없이 부끄러웠다. ‘내가 그땐 완전히 정신이 나갔었지.’ “잘 보고 서명해.” 정신이 들도록 하준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여름이 흠칫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나 최하준이 잘못을 저질러 무기징역에 처해진다면 강여름의 마음속에 영원히 갇히겠습니다.’ 하준이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헛기침을 했다. “마음에 들어?” 변호사로서 아마도 최하준은 가장 로맨틱한 말을 쥐어짜낸 것이리라. 여름이 하준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뭐 해?” “열 있나 보게요.” 하준이 정색했다. “나 참, 이 문구를 생각하느라고 내가 밤새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아? 회사 일도 안 하고….” 여름은 속으로 풋 하고 웃었다. ‘그러니까 시가 총액이 그 어마어마한 그룹을 경영하시는 분이 몇 시간 동안 이딴 걸 생각하고 있었다고?’ “아 몰라, 이게 다 당신이 내 와이프라서 그런 거잖아.” 하준이 도시락을 정리했다. “밤에 일찍 퇴근해. 내가 밥해놓고 기다릴게.”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소영이랑 밥 먹고 마사지 받으러 갈 거거든요.” 하준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아보며 한마디 하려는데 여름이 먼저 말을 막았다. “나랑 소영이가 가까이 지내지 못하게 만들고, 소영이 욕을 하고 싶겠지만 내가 보기에 걘 의리 있고, 대범하고, 착하고, 가식이 없어요. 장점투성이야.” 하준은 정말이지 여름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열어서 꺼내 보고 싶었다. “완전 백소영에게 세뇌당했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내가 완전히 세뇌당하고 싶다면 어떨 건데요?” 여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 또 당신 친구들 불러서 날 해코지라도 할 셈인가요?”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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