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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화

최란을 잡고 있던 하준이 손에 힘이 풀렸다. 바닥으로 스르륵 쓰러졌다. 여름이 바로 하준을 안았다. 귓가에 가만히 속삭였다. “약속할게.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깨어나면 당신이 좋아하는 거 만들어 줄게요.”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펴지더니 기절했다. 가만히 잠든 아이처럼. 그 난리를 치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최란은 마침내 구조된 사람처럼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한참 동안 혈색이 돌아오지 않았다. 최양하가 달려와 최란을 붙잡았다. “제가 이미 정신병원에 연락해 놨어요. 바로 와서 데려갈 거예요.” 최란은 깜짝 놀랐다. 여름이 화난 눈으로 최양하를 노려봤다. “누가 전화하래요?” 불쾌하다는 듯 최양하가 답했다. “그 난리를 치는데 치료 받으러 보내야죠. 그러다 또 사람 죽으면 어떡합니까?” “그래. 정말 너무 무섭더구나.” 추동현이 최란의 손을 잡고 덜덜 떨었다. “정말 너무 놀랐다니까요.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어요. 이번엔 당신이었지만, 다음에 발병하면 또 누가 될지도 모르….” 추동현은 말끝을 흐렸다. 듣다 보니 최란은 마음이 흔들렸다. “역시 병원에 보내서 치료하는 게 좋겠어. 안 해봤던 것도 아니고….” 여름은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하준 씨 말 못 들으셨나요? 전에 하준 씨를 속이고 입원시킨 바람에 상처받았잖아요. 어머니로서 아픈 사람을 그 싸늘한 병원에 보내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세요?” 최란의 얼굴에 부끄러움과 분노가 떠올랐다. 최양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이 뭘 압니까? 형을 가둬두지 않으면 또 사람을 해칠 거라고요. 당신을 해칠지도 몰라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건 내 문제예요.” 여름은 울컥했다. “말을 참 쉽게 하시는군요. 본인이 갇혀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거겠지. 어려서부터 부모님 사랑만 받으며 자랐겠죠. 어머님은 좋다는 건 뭐든 다 해줬을 테니까요. 하지만 하준 씨는 어땠을까요? 정신병은 왜 걸렸겠어요? 당신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준 씨는 혼자서 옷장에 갇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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